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입자의 표면을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지질 이중층 평원 위로 헤마글루티닌 삼량체들이 상아빛 기둥의 숲처럼 빽빽이 솟아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청록빛 신경아미니다아제 사량체가 뭉툭한 버섯 형태로 자리 잡아 서로 다른 색채와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헤마글루티닌 기둥들의 꼭대기는 알파 나선의 나선형 질감을 품은 채 부드럽게 부풀어 올라 있으며, 그 좁은 통로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이중층 바닥은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미세 도메인의 온화한 물결 속에서 호박빛과 황금빛으로 잔잔히 일렁인다. 주변의 세포외액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혈청 알부민 구형체와 당단백질 사슬, 뮤신 가닥들이 유영하는 고밀도의 단백질 안개로 가득 차 있어, 불과 몇 줄의 기둥 너머부터는 모든 구조물이 유백색의 오팔빛 속으로 녹아들며 시야가 아득히 닫혀 버린다. 이 세계에는 방향 없는 차갑고 확산된 빛만이 존재하여 모든 당단백질 표면이 희미한 진주빛 내광을 품은 듯 빛나고, 열운동에 의한 브라운 운동이 이중층 전체를 미세하게 진동시키며 이 세계가 한 순간도 고요하지 않음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