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가린에 기생된 요각류
Micro-crustaceans

그레가린에 기생된 요각류

푸른빛이 도는 탁한 북해의 물속, 우리는 *Calanus helgolandicus* 암컷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원래라면 유리처럼 투명한 그 몸속에서 주황빛 난소와 녹색 장 내용물이 시계 태엽처럼 선명하게 보여야 하건만, 지금 전체 전부절을 채운 것은 암호박색과 마호가니색이 뒤섞인 탁한 그레가리나 기생충 덩어리이며, 이 불투명한 덩어리는 키틴질 외피를 안쪽에서 밀어 올려 빛을 흡수하고 산란시키면서 몸 전체를 광학적으로 무겁게 짓누른다. 그레가리나는 아피콤플렉사류 원생생물로, 숙주의 소화관 내강을 점령하여 양분을 가로채는 세포외 기생 방식으로 증식하며, 밀도 높은 트로포조이트와 가몬트 집합체가 바로 이 묵직한 갈색 불투명체를 형성한다. 그럼에도 긴 제1촉각은 여전히 좌우로 뻗어 있고 유영지는 규칙적인 리듬으로 박동하는데, 이 외면의 정상성과 내면의 점령 사이의 간극이 장면 전체에 쓸쓸한 긴장을 부여한다. 주변의 탁한 청록빛 수층에는 야광충을 닮은 연분홍 와편모조류 구체들이 유령처럼 떠 있고, 그중 하나가 희미한 청록빛 생물발광 섬광을 내뿜으며 잠시 주변 물을 차가운 빛의 후광으로 물들인 뒤 다시 깊은 푸름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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