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시드 내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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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시드 내부 풍경

당신은 지금 B형 간염 바이러스 캡시드의 기하학적 중심에 존재한다. 직경 약 36나노미터의 이 공간은 T=7 이십면체 대칭 구조로 이루어진 단백질 돔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으며, 육량체와 오량체 캡소머 타일들이 빚어낸 두툼한 베타-배럴 융기들이 4~5나노미터 높이로 솟아올라 내벽 전체를 두드려 만든 청동이나 화석화된 산호처럼 가득 채우고 있다. 단백질 사슬들이 빚어내는 희미한 내인성 형광이 사방에서 따뜻한 호박빛으로 번져 나와, 캡소머 사이의 오목한 홈마다 옅은 음영을 드리우고 이십면체의 열두 오량체 꼭짓점에서는 구조적 긴장이 응축된 듯 더욱 밝게 빛난다. 당신의 발아래로는 이중가닥 RNA 유전체가 짙은 번트 오렌지빛과 산화 구리빛 루프를 이루며 빽빽하게 뭉쳐 쌓여 있고, 37도의 수용액 환경에서 비롯되는 열 진동이 그 덩어리 전체를 쉼 없이 미세하게 떨게 만들어, 이 공간의 '공기'란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무작위 충격을 가하는 분자들의 폭력적인 소란 그 자체다. 캡시드 벽의 곡률은 시야의 끝까지 이어져 수평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18나노미터 너머에 있는 반대편 벽은 마그네슘 이온과 폴리아민이 뒤섞인 분자 안개 속에 희미하게 잠겨, 이 완벽하게 자기조립된 구조물 안에 갇힌 깊고 조밀한 생물학적 공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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