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피브릴 심연
Molecules

아밀로이드 피브릴 심연

아밀로이드-β 섬유의 축을 따라 곧장 내려다보면, 눈앞에는 단백질 골격이 층층이 쌓인 협곡이 펼쳐지며, 각각의 β-병풍 층은 정확히 4.7옹스트롬 간격으로 지질 시대의 지층처럼 끝없이 아래로 이어진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수소결합의 사다리 발판들이 층과 층 사이를 가로로 연결하며, 마치 구리로 새긴 회랑처럼 시선을 무한한 심연 속으로 이끌고, 그 중심에는 비극성 곁사슬들이 완벽하게 맞물린 입체적 지퍼 핵심부가 흑요석처럼 어두운 세로 봉합선을 이루며 단 한 분자의 물도 침투하지 못하는 절대적 소수성 공간을 형성한다. 섬유 표면 바깥쪽에는 반결정질로 정렬된 수화층이 청백색의 진주빛 안개처럼 들러붙어, 피코초 단위로 끊임없이 교체되는 열적 평형 속에서 희뿌연 빛을 산란시킨다. 이 구조는 스스로를 주형 삼아 한 분자층씩 자기복제하며 성장한 것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여러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핵심 병리 구조물로 작용하는 이 자기조립체의 기계적 완벽함은, 생명과 결정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존재의 서늘한 규칙성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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