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막 융합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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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막 융합 줄기

당신은 지금 두 개의 지질 이중층이 맞닿는 헤미퓨전 스토크의 정중앙, 폭 2나노미터의 모래시계 목 안에 떠 있다. 위로는 바이러스 막이 따뜻한 호박빛 궁륭처럼 펼쳐지고, 아래로는 엔도솜 막이 차가운 강철빛 청회색으로 곡면을 그리며 당신을 향해 올라오는데, 양쪽 막의 인지질 헤드기들은 각각 바위만 한 크기의 구체로 빽빽하게 박혀 열에너지를 받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스토크 자체는 두 이중층의 질서 정연한 구조가 무너진 자리로, 지질 꼬리들이 뒤엉키고 인산-콜린 캡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채 혼돈스러운 고리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노출된 소수성 지방산 사슬들이 희미한 호박빛 반투명 광택으로 빛을 굴절시킨다. 이 융합 과정은 바이러스의 막융합 단백질이 두 막에 동시에 닻처럼 박힌 채 기하학적 구조를 억지로 끌어당긴 결과로, 이 단백질 기둥들이 스토크 바깥 가장자리에서 두꺼운 불규칙한 기둥 형태로 보인다. 시야 한가운데에서는 바이러스 내부와 엔도솜 내강의 수분이 마지막 몇 옹스트롬의 지질 장벽을 사이에 두고 어두운 수성 반구를 이루며 서로를 향해 불룩하게 밀려오고 있으며, 이 두 세계를 가르는 경계가 무너지기 직전의 팽팽한 순간이 고요하고 느리게, 그러나 분자 단위의 격렬한 열적 진동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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