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400미터, 절대적인 어둠 속에 부유하는 이 공간에서 ROV의 청색 LED 빔이 수중을 가로지르는 순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세계가 단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 천천히 가라앉는 해양 설편들이 전기청색 빛기둥 안에서 역방향 별처럼 반짝이고, 그 사이로 *Bathocyroe fosteri*의 짙은 적포도주빛 몸체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다. 이 유즐동물들의 중교층은 색소가 짙게 침착되어 있어 주변의 청색광을 완전히 흡수해버리지만, 구강엽만은 타오르는 진홍색으로 불타오르며 — 이는 생물발광이 아니라 470나노미터의 빔이 붉은 색소와 만들어내는 순수한 광학 반응이다. 몸통을 따라 종방향으로 배열된 여덟 줄의 빗판열에서는 수백만 개의 섬모가 이루는 회절격자가 청색광을 분해하여 보라, 청록, 호박색의 무지갯빛 파동을 순차적으로 흘려보내는데, 이 반시계 파동이 동물을 앞으로 밀어내는 추진력 자체이기도 하다. 빔 가장자리에서 진홍빛이 갈색 그림자로, 그리고 무(無)로 사라져가는 그 경계는 빛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어둠 속으로 용해되는 것처럼 느껴지며, 4도의 차가운 물과 40기압의 압력이 만들어내는 완전한 정적이 이 순간을 유리 속에 봉인된 것처럼 고요하게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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