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 융모 흡혈
Nematodes

구충 융모 흡혈

당신은 지금 포유류 장 융모의 따뜻하고 진홍빛으로 물든 내부에 매달려 있다. 대략 1밀리미터 크기의 선충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본 이 공간은, 무너져 내리는 그로토의 내부처럼 광대하고 압박감이 넘친다. 위쪽으로는 원주 상피세포의 첨단 미세융모가 고르지 않은 조약돌 천장을 이루고, 각 미세융모는 머리카락 굵기의 투명한 강모들이 빽빽이 맞붙어 조직을 투과한 호박빛 붉은 빛을 굴절시키며 젖어 반짝인다. 시야 한가운데에는 갈고리촌충의 경화된 구강 캡슐이 점막하 조직 깊숙이 박혀 있고, 그 절단판은 파열된 모세혈관에서 쏟아지는 이중볼록 적혈구들—각각 스테인드글라스 메달처럼 역광에 빛나는 연홍색 원반—을 박동하는 리듬으로 흡입하며, 반투명한 충체 벽 너머로 이미 섭취된 혈액이 짙은 진홍색 관 속을 맥동하는 것이 그대로 비쳐 보인다. 상처 가장자리에서는 호산구들이 거대한 연어색 과립을 터뜨리며 집결하고, 비만 세포들은 진한 자줏빛 과립 구름을 서서히 확산시키며 따뜻한 세포외액 속으로 번지는 잉크처럼 보라색 후광을 흩뿌린다. 이 모든 환경은 붉고 살아 있는 온기로 충만하며, 딱딱한 기하학이라고는 전혀 없이 오직 스트레스 받는 살의 가압된 부드러움과, 자신이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몸의 깊고 습한 내부에서 기생충이 먹이를 취하는 수축의 리듬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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